“더 큰 세상에 탱고 음악을 알리고 싶어요” 반도네오니스트 연하늘 동문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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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7
http://biz.sookmyung.ac.kr/bbs/sookmyungkr/82/196202/artclView.do?layout=unknown

반도네온은 개량된 아코디언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유명하고 탱고 음악에 많이 쓰인다. 연하늘 동문은 탱고의 매력에 빠져 반도네온 연주를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보다 탱고라는 장르를 더 알리고 싶다는 반도네오니스트 연하늘 동문(작곡과 02)을 숙명통신원에서 만나보았다.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도네오니스트 연하늘입니다. 숙명여대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고, 현재는 탱고 음악과 반도네온 중심으로 작곡 및 연주 등의 음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 유학차 탱고 음악과 반도네온을 배우러 아르헨티나로 떠나 거기서 오래 살았고, 최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장 최근에 탱고 클럽 기획 공연을 했는데, 제가 속해있는 탱고 밴드인 부에노스 탱고 클럽이 클래식 그룹 앙상블 버라이어티와 콜라보를 한 프로젝트였어요. 또 지난 4월에 제 정규 음반 발매와 쇼케이스를 했어요. 작년에 아르헨티나로 가서 녹음 해온 지 1년 만에 음반을 발매했는데, 제가 주로 하는 아르헨티나 탱고 장르 음반이에요. 제 자전적인 얘기를 담은 곡, 존경하는 탱고 음악가를 위해서 헌정하는 의미를 담은 곡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저의 색깔을 담았어요.

 

2. 반도네온은 입문하기 어려운 악기라 하는 데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반도네온을 사랑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반도네온은 국내에서 연습용 악기를 구하기가 힘들어서 취미로 입문하기 어려운 악기예요. 특히 구형 반도네온의 경우 고장이 잘 나고 수리가 쉽지 않죠. 하지만 수제 제작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악기마다 소리도 다르고 모양도 달라서 매력적이에요. 나의 마음에 드는 악기를 만난다는 것, 그것 자체가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또 반도네온은 아코디언이나 오르간처럼 음색과 소리 자체를 바꿀 수는 없지만, 대신 마르카토*와 같은 탱고의 강렬한 주법을 내기에 아주 적합한 악기이고 소리 자체가 굉장히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그 특색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속에 인상을 남기죠. 탱고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악기이기 때문에, 탱고를 사랑해서 반도네온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마르카토: 탱고에서 말하는 마르카토는 제일 기본적인 주법 중 하나를 말하며 4개의 사분음표를 짧게 끊어서 연주한다. 악센트의 위치에 따라 종류가 세분화 된다.

 

3. 아르헨티나 에밀리오 발카르세 탱고 오케스트라 13기를 졸업하셨는데 탱고라는 장르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탱고의 매력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사람들이 탱고를 알게 되거나, 아르헨티나로 탱고를 배우러 혹은 연주하러 오는 계기는 대부분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영향일 거예요. 저도 학교 다닐 때 그분의 영향으로 연주를 많이 보러 다녔고 졸업 연주 때도 탱고와 비슷한 곡을 쓰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가 진짜 탱고를 알게 된 건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후예요. 탱고의 문화적인 배경과 근원도 함께 공부하게 되면서 탱고를 더 잘 알게 됐죠. 탱고 피아노를 배우고 연주할 때 굉장한 자유로움이 느껴지더라고요. 탱고는 클래식 음악의 영향도 받았고 재즈적인 면도 있으면서도,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예요. 탱고 장르를 깊이 파게 되면 다양한 음악가들의 음악과 선율 너머의 가사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게 탱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4. 대학 시절 전공하셨던 음악을 현재 직업으로 삼고 계세요. 음악적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가요?

 

아르헨티나에서 탱고를 만난 후로는 다른 일을 생각해 본 적 없이 탱고만 했어요. 탱고라는 장르가 한국에서 대중화되어 있지 않아 저의 방향을 잘 알고 이해하는 연주자를 찾는 게 힘들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 곡을 연주해 줄 수 있는 연주자를 찾아 아르헨티나까지 가 녹음을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런데도 제가 탱고를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선택의 여지 없이 이것만 바라보고 왔기 때문이에요. 저는 탱고를 짝사랑하고 이게 저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5. 동문님께서 본교에 얻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요?

 

좋은 동기들을 만난 것이에요. 클래식 음악은 졸업 후 음악 활동을 계속하기 힘들어요. 제 동기들도 지금은 뮤지컬, 대중음악, 음악 기획 등에서 일하고 있어요. 여러 음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 게 숙명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이에요.

 

6. 더불어 음악인의 길을 꿈꾸고 있는 숙명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음악 하는 길은 여러모로 정말 힘들어요. 음악인을 꿈꾸는 모든 숙명인을 너무 응원해요. 저는 대학 시절 여러 가지 공연 관람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어요. 동문님들도 다양한 일을 접하고 공연도 많이 다니면서 새로운 일을 찾아보고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7. 연주 활동 이외에도 음악인으로서의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서 여러 음악 단체와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하고 계세요. 폭넓은 도전을 시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단 제 정체성은 탱고 음악이에요. 제가 제일 잘하는 것도 탱고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탱고 음악만을 위한 기회가 너무 적고, 그들이 원하는 탱고는 제가 하는 탱고가 아니에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음악을 해야 하는데 제가 잘 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것은 좋아요. 그런데 그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아쉽죠.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김이슬이라는 좋은 뮤지션이 고맙게도 저에게 먼저 콜라보 제안해 주고, 제가 못하는 장르임에도 도전할 수 있게 해줬어요.

 

8. 음악인으로서 음악 작업을 하실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나 지향하는 방향성이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음악은 항상 진실해야 하는데, 제가 가장 진실하게 대할 수 있는 음악이 탱고 음악이에요. 또 탱고는, 언어와 문화와 생활 습관 등과 매우 깊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연주를 기획하게 되면, 그사이의 갭을 채우기 위해 주로 설명하는 콘서트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물론 음악만으로도 전달되는 것이 있겠지만 제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할 때 그 배경을 알게 되면 더 이해가 가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제가 알고 있는 더 큰 세상에 아름답고 깊이 있고 좋은 음악을 전달하고 싶어요. 누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탱고 음악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중요하냐, 연하늘 내 음악이 알려지는 게 더 중요하냐. 저는 당연히 전자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가려져도 상관없어요. 제가 알고 있는 더 큰 세상에 아름답고 깊이 있는 탱고 음악을 꼭 전달하고 싶어요.

 

 

9. 끝으로, 향후 음악적으로 성취하고 싶은 구체적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간혹 탱고를 악보대로만, 자기가 느끼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도전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탱고는 정말 그 속에 푹 빠지지 않으면 제대로 느낄 수 없고 연주할 수 없는 장르예요. 저도 탱고를 더 깊게 느끼는 걸 목표로 계속 노력 중이에요. 또, 제가 작곡을 전공했는데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할 때는 곡을 많이 쓰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 활동하려 보니 제 음반을 내는 게 여기서는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21년에 첫 싱글 앨범 ‘Ninina’를 시작으로 올해 3월에 제 자작 탱고곡으로만 이루어진 정규앨범 ‘Vals Del Sí’를 발표했는데 앞으로 여러 가지 편성으로 새로운 탱고곡들을 선보이고 싶어요.

 

취재: 숙명통신원 21기 김수민(한국어문학부 22), 22기 김선형(정치외교학과 22)

정리: 커뮤니케이션팀